
50대에 접어들면 사람들은 점을 찾게 됩니다. 젊은이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점을 치는 것과 달리, 50대는 이미 굳어진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며 '왜 내 삶이 이렇게 흘러왔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합니다. 주역은 바로 이러한 물음에 답하는 3000년 역사의 경전입니다. 운이란 무엇이고, 천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길흉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주역은 50대가 꼭 알아야 할 삶의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천명을 아는 것이 50대의 과제입니다
천명(天命)이란 하늘이 각자에게 부여한 삶의 목적입니다. 주역에서는 "명(命)"이라는 글자가 신전에서 들려오는 하늘의 명령에 무릎을 꿇고 귀를 기울이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받은 명이 있으며, 이를 이루라고 주어진 것이 생명이고 수명입니다.
50대가 되면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가시밭길인 줄 알면서도 그 길을 걸었는지 되짚어봅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주어진 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느꼈기에, 어렵더라도 그 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주역은 이처럼 자신에게 부여된 명이 있음을 아는 사람을 '군자'라고 부릅니다. 반면 자신의 명을 알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과 손해에만 집착하는 사람을 '소인'이라고 합니다.
역경은 "방이류(方以類) 물이군분(物以群分) 길흉생의(吉凶生矣)"라고 말합니다. 모난 모습에 따라 동류가 모이고 무리로 구분되며, 길흉이 생겨난다는 뜻입니다. 이 세상에는 서로 애착하고 미워하는 경향이 있기에 길흉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군자는 주변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나란히 행하되, 그들에게 휩쓸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에게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명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을 아는 사람은 흉한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지 않습니다. 역경 계사상전 4장은 "낙천지명고부우(樂天知命故不憂)"라고 말합니다. 하늘을 즐기고 명을 아는 고로 우려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 성스러운 명이 있기에 가시밭길이라도 피하지 않으며, 공연히 흉을 피하려고 운을 낭비하지도 않습니다. 50대에 이르면 무엇보다 자신의 명을 정립함으로써 지금까지 살아온 지난날의 의미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그래야 자신의 과거를 사랑할 수 있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운명이란 운을 행하여 명을 이루는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운명이라는 말을 체념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다 운명이야"라고 말할 때, 어쩔 수 없으니 받아들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하지만 주역에서 말하는 운명은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운(運)이란 글자는 착(辶)과 군(軍)이 합쳐진 구조로, 군대가 정해진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뜻합니다. 즉 운이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예정대로 달성하는 힘을 말합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매우 강한 운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주역에서는 이를 갑기토(甲己土)라고 표현합니다. 바위나 나무는 기립지물(氣立之物)로서 그저 서 있는 존재이지만, 사람은 신기지물(神氣之物)로서 정신이 기틀을 움직이는 존재입니다. 바위가 굴러와도 사람은 피할 수 있고, 겨울이 와도 곰처럼 동면하지 않고 자신의 목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에게 부여된 갑기토의 강력함입니다.
운명이란 운과 명이 합쳐진 것으로, 길흉의 질곡을 뚫고 자신에게 부여된 명을 향해 운행해 가는 것을 뜻합니다. 하늘이 내린 명을 이루라고 부여된 힘이 운인 것입니다. 따라서 천명을 따르면 운이 좋아집니다. 역경 상전 구괘 효사는 "자천우지(自天祐之) 길무불리(吉无不利)"라고 말합니다.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것 같은 도움이 있으니, 길하여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뜻입니다.
50대가 되면 가고자 하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역경이 볼 때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요소 중 하나입니다. 천명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발현되는 것이 군자의 가고자 하는 바입니다. 가슴에 품은 뜻, 꿈에 그리는 이상, 삶의 목적이 이에 해당합니다. 가고자 하는 바가 분명할 때, 사람은 길흉의 질곡을 뚫고 자신의 삶을 운행해 갈 수 있습니다. 길흉에 끌려다니지 않고, 도리어 운을 끌고 다니게 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을 버리지 않는 군자의 진정성이 운을 굴복시키는 것입니다.
정함이 있어야 길흉을 이길 수 있습니다
역경에서 '정(貞)'이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합니다. 계사하전 1장은 "천지지도(天地之道) 정관이(貞觀而已)" 즉 천지의 움직임은 정함, 무릇 이것 하나일 뿐이라고 단언할 정도입니다. 정(貞)은 곧다, 지조가 굳다, 마음이 빠르다, 점치다의 뜻을 가진 글자로, 신성한 제기에 하늘의 계시를 내려받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역경에서 정하다는 표현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고 처음에 품었던 뜻을 올곧게 굳게 지킨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역경은 주인공인 군자가 인생의 여행길을 다 파헤쳐 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 여행길에서 군자가 맞이한 결과를 보면 길이 141회, 흉이 57회, 회는 32회, 린이 20회 등장합니다. 길과 흉의 비율이 대략 70대 30입니다. 하늘이 보기에도 사람의 인생살이는 결코 평탄하지 않습니다. 왜 꼭 그래야만 할까요? 역경 계사상전 11장은 "역유태극(易有太極) 시생양의(是生兩儀) 양의생사상(兩儀生四象) 사상생팔괘(四象生八卦) 팔괘정길흉(八卦定吉凶) 길흉생대업(吉凶生大業)"이라고 말합니다. 대업을 낳기 위해 길흉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계사하전 1장은 "길흉자정지승야(吉凶者貞之勝也)"라고 말합니다. 길흉이란 정함을 이기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세상에 길흉이 존재하는 이유는 정한 사람이 이기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정하지 못한 사람이 이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이 세상에 흉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나태한 사람, 방만한 사람, 약삭빠른 사람들이 길운을 다 차지할 것입니다. 하늘은 흉을 섞어 넣음으로써 흉운에도 불구하고 꺾이지 않은 마음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이기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고려말 이색은 "시가사인궁(詩假使人窮) 궁자시가공(窮者詩可工)"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가 사람을 궁하게 하는 게 아니라 궁한 사람이어야 시가 공교해진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시련을 통해 단련을 거쳤을 때라야 시가 공교로워지고 멋진 시구가 나옵니다. 이 세상에서 참으로 좋은 것은 그 무엇이든 시련을 통해 단련을 거칩니다. 사과는 서리를 견뎌야 맛이 들고, 쇠는 불에 달구고 찬물에 담그는 단련을 거쳐야 강철이 됩니다. 우리말 '부질없다'는 '불질이 없다', 즉 단련의 과정이 없다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하늘은 이 세상을 창조할 때 길운과 흉운을 7대 3 비율로 섞어 넣음으로써 깊은 맛을 지닌 진선미가 꽃을 피우도록 했고, 그에 따라 천지창조라는 대업을 이루어 나가는 것입니다.
50대에 이르러 주역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자신의 과거를 이해하고 현재를 받아들이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많은 50대가 점을 찾는 이유는 젊은이들처럼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미 굳어진 삶의 궤적을 돌아보며 '왜 내 삶이 이렇게 흘러왔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고자 함입니다. 때로는 맘에 들지 않는 현재에 대한 핑계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주역은 그보다 더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천명을 깨닫고, 운명을 사랑하며, 정함으로 길흉을 이겨내는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50대가 주역을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95) 죽기 전에 꼭 한번을 읽어봐야 할 책 | 3000년 최고의 경전 "주역" | 당신에게 지금 주역이 필요한 이유 | 오십에 읽는 주역 | 오디오북 - YouTube
https://youtu.be/SRQ6Q4CVCck?si=OyJe1vFUIlKH-9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