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기술적으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습니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은 진정한 인간관계의 핵심이 상대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소통 기술을 넘어, 타인의 내면세계로 들어가 그들의 경험을 함께 느끼는 법을 알려줍니다.
공감의 세 단계: 미러링, 정신화, 배려
공감은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느끼는 것 이상입니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공감을 세 가지 핵심 기술로 구분합니다. 첫 번째는 미러링입니다. 미러링은 상대방의 감정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행위입니다. 역사적으로 감정은 이성을 방해하는 원시적인 힘으로 여겨졌지만, 현대 심리학은 감정에 중요한 정보가 담겨 있음을 밝혔습니다. 감정은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을 말해줍니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느끼는 불안은 사고 체계를 바꾸어 위험 요소를 빠르게 찾게 합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생각보다 감정의 흐름을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정신화입니다. 많은 영장류는 어느 정도 다른 영장류의 감정을 미러링 할 수 있지만, 상대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입니다. 18세기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는 이를 투사적 공감이라고 불렀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과거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친구가 겪는 상황을 추정합니다. 내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때를 떠올리며 상대방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정신화 기술을 잘 연습하면 다른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꿰뚫어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배려입니다. 사기꾼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매우 잘 읽지만, 그들의 공감 능력이 좋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상대방에게 진정한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신화가 자기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투사하는 것이라면, 배려는 자기 경험에서 벗어나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일 경우 필요한 것과는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신경과학자 리사 펠드먼 배럿이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느끼는 것이 보고 듣는 것을 바꿉니다. 타인을 신뢰하고 공감할 만한 존재로 보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세상을 한층 개방적이며 행복한 곳으로 바라봅니다.
나는 이 세 단계의 공감 기술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특히 배려 단계에서, 내가 필요한 것을 상대방도 필요로 할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진정한 공감은 나의 프레임을 벗어나 상대방의 고유한 세계로 들어가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현명한 대화법: 듣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중요한 이유
훌륭한 대화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이야기꾼일 뿐입니다. 또한 훌륭한 대화자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강연자일 뿐입니다. 진정으로 훌륭한 대화자는 쌍방향 소통을 끌어내는 데 능한 사람, 서로를 이해시키는 상호 탐색을 유능하게 이끄는 사람입니다.
영국의 정치가 아서 벨푸어에 대한 일화가 인상적입니다. 그의 친구 존 버컨은 벨푸어를 두고 "말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벨푸어의 특별한 화술은 멋진 문구나 경구를 줄줄이 늘어놓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수줍은 사람이 머뭇거리며 뱉은 말에서도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파고들어서, 상대가 자신이 인류의 지혜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느끼게 했습니다. 그는 손님이 하는 말의 뜻을 헤아리고 손님이 우연히 뱉은 단어의 중요한 의미를 포착했으며, 손님이 최선으로 발언하게 격려했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일은 사람을 취약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자신은 충분히 영리해서 타인의 마음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드러난 증거로 판단하자면 그런 상상은 대부분 틀렸습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아이크스는 처음 보는 사람끼리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경우가 약 20%밖에 되지 않으며,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라도 35%에 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경력을 쌓으면서 데이비드 브룩스는 누구에게든 정중하게 묻기만 한다면 그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에 대해 들려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커다란 질문을 던진 다음에 상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하염없이 듣고 또 들었습니다. 듣고 듣고 듣고 또 듣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하면 사람들은 기꺼이 자기 말을 합니다. 왜냐하면 평생 그들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특히 많이 찔렸습니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생각도 많고 주장도 나름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통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반박하곤 합니다. 이러한 대화 습관은 매우 나쁘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웠습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많은 말을 하게 하고, 그 사람의 생각을 묻는 연습이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정체성 형성: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창조하다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는 사고방식을 패러다임 모드와 내러티브 모드로 구분합니다. 패러다임 모드는 분석적이며 자기주장을 합니다. 이는 데이터를 모으고 증거를 수집하며 가설을 제시하는 사고방식입니다. 패러다임 모드는 데이터를 이해하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하고 또 전체 추세를 분석하는 데 유용합니다. 그러나 어떤 개인을 개인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반면 내러티브 모드는 자기 앞에 있는 독특한 개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합니다. 이야기는 한 사람의 성격이 가진 개성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타나는 그 사람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야기는 천 가지가 넘는 요인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어떤 사람이 어떻게 고군분투하는지, 그 사람의 인생이 행운이나 불운으로 인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줍니다.
심리학자 제임스 마샤는 정체성 형성에 네 가지 수준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장 건강한 사람은 정체성 성취 상태에 도달합니다. 이들은 여러 정체성을 탐구하고 자기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한 끝에 마침내 제대로 작동하는 영웅적 정체성에 도달했습니다. 정체성 유실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인생 초기에 일찌감치 자기 정체성을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부모님을 이혼하게 만든 아이다" 라거나 "나는 고등학교 때 잘 나가던 스타였다"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이런 정체성만 고집하면서 업데이트하지 않습니다.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릭센은 말했습니다. "그 어떤 슬픔이라도 이야기에 담아낼 수만 있다면 견딜 수 있지 않았던가."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수십 년간 자기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글쓰기 훈련을 가르쳐왔습니다. 공책을 펼치고 20분 동안 자신의 감정 경험을 글로 쓰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쓸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쓰면 됩니다. 오로지 자기만 볼 글이라고 생각하고 쓰고, 마지막에는 그렇게 쓴 글을 버립니다. 이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은 혈압이 낮아지고 건강한 면역 체계를 유지합니다. 우리는 자기 이야기를 타인에게 하고 그 이야기들의 의미를 재해석함으로써 심리 모델을 만들고, 이를 활용해서 새로운 현재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은 전적으로 옳습니다. "인생은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다. 자기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창조하고, 그 이야기를 끊임없이 다듬어가며 성장합니다.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평생의 수련입니다. 미러링, 정신화, 배려의 세 단계를 통해 진정한 공감에 도달하고, 듣는 것의 힘을 통해 현명한 대화자가 되며,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 타인의 정체성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내 대화 습관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말에 더 귀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함을 깨달았습니다. 현명함이란 어질고 밝은 것, 즉 타인에 대한 사랑과 긍정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을 정확히 꿰뚫어 보는 능력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sJXduwq4c5Y?si=zKXPs3IhprJ5dN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