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이자 메이 올컷의 고전 소설 <작은 아씨들>은 여성의 성장, 자립, 가족애를 조명한 작품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특히 2019년 그레타 거윅 감독의 영화는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결말 해석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며 주목받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원작 소설과 영화의 결말을 비교하며, 각기 담고 있는 메시지와 자유, 시대적 배경의 차이를 살펴봅니다.
원작 소설의 결말: 사랑과 안정, 시대적 이상을 담다
루이자 메이 올컷이 쓴 <작은 아씨들>은 조 마치와 그녀의 세 자매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원작의 결말은 당시 사회의 이상적 여성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특히 ‘결혼’을 여성의 성장과 완성의 종착점으로 묘사합니다. 조는 강한 개성과 작가로서의 재능, 독립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지만, 결국 독일 출신의 교수 프리드리히 바에르와 결혼하고,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갑니다.
이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따뜻하고 안정된 ‘행복한 결말’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는 19세기 여성의 삶을 규정짓는 보편적 기준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결혼은 여성의 최종 목적지였고, 자립적인 삶은 ‘결혼을 통해서만’ 사회적으로 용인되던 시대였던 만큼, 조 역시 그런 기대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결말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저자 루이자 메이 올컷 본인은 생애 미혼으로 살았으며, 실제로 조 마치를 결혼시키는 결말에 대해 불만을 표한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출판사의 요구 때문에 조를 결혼시키게 되었으며, 독자들이 그런 결말을 원했기에 그렇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작은 아씨들>의 결말은 문학적 이상과 상업적 요구 사이에서 타협한 결과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게 되면, 원작 결말의 의미는 단순히 ‘사랑과 가족’의 완성이 아니라, 당대 여성 창작자가 겪었던 제약과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다시 해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조의 결혼은 온전히 그녀의 선택이라기보다,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반영하는 결말로 읽을 수 있습니다.
2019년 영화의 해석: 메타서사와 창작자의 자율성 선언
2019년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한 영화 작은 아씨들은 원작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하되, 결말에서 매우 현대적인 시도를 보여줍니다. 영화 속 조 마치는 작가로서 자신의 소설을 출판하려는 과정에서 출판사 편집자에게 “여주인공은 반드시 결혼해야 팔린다”는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집니다. 결국 조는 자신의 소설 속 인물 ‘조’를 프리드리히와 결혼시키지만, 그 장면은 현실과 소설을 교차 편집하여 허구임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이처럼 영화는 결혼을 사실상 픽션의 요소로 전환시켜 버림으로써, 여성의 삶에서 결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합니다. 영화 속 조는 출판사의 요구에 전략적으로 응할 뿐, 실제 인생에서는 자신의 선택과 삶의 주도권을 지켜나갑니다. 이 결말은 단지 결혼 여부를 넘어서, 여성이 창작자이자 주체로서 자기 삶을 설계해 나가는 모습을 강하게 부각합니다.
거윅 감독은 루이자 메이 올컷 본인의 삶과 시선을 반영하여, 문학과 현실, 픽션과 자서전적 요소를 교차시킵니다. 이는 단순한 결말의 변경이 아니라, 전통적인 여성 서사에 대한 해체이자 재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조는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출판을 위해 허구의 결말을 만든다"는 설명을 덧붙이며, 영화 결말의 메타적 성격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 결과 2019년작 작은 아씨들의 결말은 원작의 핵심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여성의 자율성과 창작의 자유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으며, 고전 문학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두 결말이 전하는 여성 자유의 의미
두 버전의 결말은 모두 조 마치라는 인물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서사에서 강조하는 ‘자유’의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원작은 시대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결혼과 가족이라는 가치를 통해 주인공을 안정된 위치로 이끌고자 했습니다. 반면 영화는 그 틀을 인식한 채 일부러 ‘이야기 속 이야기’로 전환하여, 실제 조의 삶에서는 창작과 자립이 핵심 가치임을 강조합니다.
또한, 영화의 결말은 단지 조 마치 개인의 이야기로 국한되지 않고, 모든 여성 창작자와 여성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어떤 결말을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수동적인 독자에게서 능동적인 해석자이자 창조자로 거듭나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누구를 사랑하든, 어떤 삶을 선택하든 그 결정은 외부의 시선이나 요구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영화는 강조합니다. 이처럼 두 결말은 시대를 반영한 선택이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여성의 자유와 선택권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보완적이며 강력한 울림을 남깁니다.
작은 아씨들은 하나의 고전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달리 해석되고, 새롭게 재창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입니다. 원작의 결말은 따뜻하고 이상적인 가정의 완성을 통해 감동을 전했고, 영화는 창작자의 시선과 자유의지를 통해 자율성을 조명했습니다. 둘 다 다른 결말을 가졌지만, 공통적으로 여성의 내면과 가능성을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이제 고전은 ‘그대로 읽는 것’에서 ‘다시 해석하는 것’으로 의미가 바뀌고 있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그런 점에서 고전의 영원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조 마치라는 인물은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우리 곁에서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너의 이야기를 어떻게 끝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