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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 (기울어진 세상, 구조적 차별, 실질적 평등)

by gogoday 2026. 2. 8.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 표지 사진

우리는 스스로를 선량한 시민이라고 생각하며 차별과는 무관하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김지혜 교수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바로 그런 우리를 '선량한 차별주의자'로 정의합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무의식적으로 차별에 참여하고 있으며, 차별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차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기울어진 세상을 인식

세상은 기울어져 있고, 그 기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당신이 차별에 대해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고 불편한 적이 없다면, 그것은 당신이 기울어진 세상에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기울기를 인식하지 않고 평등을 찾다 보면 '나는 힘들고 너는 편하다', '모두 똑같이 힘들다'는 식의 불평등한 해법이 나오기 쉽습니다. 물을 따라 헤엄치는 물고기와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의 힘이 다르다는 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기울기는 한 사람 안에서도 복잡하게 나타납니다. 한 개인은 남성이면서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일 수 있고, 공무원이면서 동성애자일 수 있습니다. 차별을 하는 동시에 차별을 받을 수도 있으며, 여성이면서 다른 여성을 차별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는 경계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전적으로 주관적인 고정관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고정관념은 외부의 시선에서 시작되지만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내면의 시선이 되기도 합니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고정관념은 그 범주에 속한 사람들을 낙인찍고, 본인도 그것을 정체성으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이런 딱지와 낙인이 사회에 많이 존재하며, 내면화된 낙인과 열등감을 가진 사람은 기울어진 세상을 쉽게 인식하지 못합니다. 구조적인 차별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입니다. 노예제도가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심입니다. 세상은 정말 평등한가? 내 삶은 정말 차별과 상관없는가? 이런 질문 없이는 우리는 구조적 차별에 무의식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차별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자각입니다. "내 의도와 별개로 상처가 될 수 있겠네. 더 알고 싶어", "지금 말이 어떤 사람에게 불리하게 작동했는지부터 보자", "내가 틀릴 수도 있으니, 기준과 맥락을 같이 확인해 보자"와 같은 말을 일상에서 사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조적 차별은 일상 속에

비하적 유머나 혐오 표현은 차별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흑인 분장이나 맹고링 같은 캐릭터에 웃었다면, 그 집단에 비해 내가 우월하다는 우월감 혹은 상대 집단이 나와 관계없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감정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혐오 표현에도 방향이 있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말이죠. '김치년'은 여성에 대한 억압적인 역할 규범을 강화하는 용어이며, '한남충'은 그런 억압된 여성이 나도 당신을 조롱할 수 있다는 호명 권력을 사용하는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따라서 비하적 표현은 단순화하기보다는 중층적인 차별 구조 안에서 해석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원증 색깔이나 명절 선물 차이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차별도 많습니다. 능력주의에도 조건을 따진 공정한 규칙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제공하면 평등한 것 같지만, 장애인의 경우 동일한 기준에 의해 차별받습니다. 우리의 능력을 판단하는 많은 제도들은 누군가에게는 유리하고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편향되어 있습니다. 우열반도 공정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조건과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성적이라는 획일화된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면 불평등이 발생합니다.
배제와 분리도 흔한 일상입니다. '백인 전용', '내국인 전용', '노 키즈 존'처럼 말입니다. 다문화는 모든 사람의 문화가 다르다는 뜻인데, 어느새 한국인이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차별과 배제의 용어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중시설의 주인이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손님을 거부해도 아무런 규제가 없습니다. 아동과 장애인은 다른 손님을 방해하기 때문에, 청소년은 무리하기 때문에, 노인은 느리기 때문에 거부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점주의 입장에서는 돈이 없고 다수가 혐오하는 사람을 거부하는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되는데, 불쾌하다는 객관적 기준이 아닌 주관적 고정관념에 의한 거부는 공정하지 않으며 차별입니다.
종교적 신념도 소수자를 차별할 수 있는데, 가장 뜨거운 이슈는 동성애일 것입니다. 경직된 위계 질서와 배타성을 가진 일부 종교 기관들은 차별을 금지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과 부딪히고 있습니다. 공공의 공간에서 거절당한 사람은 보이지 않지만, 사실 보이지 않게 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합니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사람을 소수자로 만드는 중요한 성질 가운데 하나입니다. 권력자 혹은 다수는 싫어하는 집단을 배척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사장이 어떤 직원은 싫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 직원, 즉 소수를 집단 밖으로 밀어내는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실질적 평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입장이 바뀌면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장애인이 지하철을 붙잡고 시위하자 사람들은 시민을 볼모로 잡는다고 비난했습니다. 촛불집회도 공공의 질서를 저해했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공공질서의 의미가 그저 다수를 의미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다수를 위해 소수의 권리는 저해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면 이러한 차별은 정당화됩니다. 법은 진리가 아니고 오히려 부당할 수 있다는 의심을 항상 해야 합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은 시민의 의무지만, 부당한 법과 질서에 저항하는 것도 시민의 책무입니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법도 때로는 부당합니다. 다수의 결정으로 소수에 대한 부정이 용납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법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복종하는 태도는 민주주의가 아니고 오히려 전체주의에 가깝습니다. 세상은 아직 충분히 정의롭지 않습니다. 세상이 공정하다고 믿으면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외치는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되고, 그 목소리가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정의는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고,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형식적 평등이 아니라 실질적인 평등을 위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다양성을 모두 포함하는 보편성을 찾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평등을 말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차이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차별이 구조화된 사회에서는 개인이 행하는 차별 역시 관습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관습을 깨뜨려야 한다는 건 불편하고 부담되는 일이지만, 불평등한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수고를 계속할 것인지, 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불편함을 견딜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은 아직 제정되지 못했습니다. 헌법에 평등과 차별 금지에 관한 권리가 명시되어 있지만, 법률로 구체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주로 교육, 고용, 서비스 등의 공식적인 부분에서 일어나는 차별에 대한 규제를 담당합니다. 일상의 미세한 차별적 시선이나 행동은 체계적인 교육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나도 차별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포함한, 우리가 서로 차별하지 않게 만들자는 즉각적인 해법입니다. 성소수자 등을 빼고 제정하자는 의견은 차별금지법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차별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고 구체화시키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차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상의 불평등과 차별을 직시하고, 차별에 둔감한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며, 본인의 차별적인 습관과 태도를 경청하고 성찰하며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평등을 만듭니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몰랐다", "네가 예민해"라는 변명의 말보다 "더 잘 알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차별받지 않기 위한 노력에서 차별하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합니다. 평등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상호 동등한 권리를 부여하겠다는 우리의 결정에 따라 주어집니다.

 

[출처]
[책요약] 선량한 차별주의자 - 차별받지 않기를 바라기보다 차별'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책: https://youtu.be/lGPreWG2-io?si=VwAZTGdRBaETJp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