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형 블록버스터로 전 세계 흥행 수익 10억 달러를 넘기며 상업적으로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전작에 비해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조용히 극장에서 퇴장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기대심리’, ‘비교 평가’, ‘내러티브’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왜 이 작품이 한국 관객에게 외면당했는지를 분석하고자 합니다.
기대심리: ‘시리즈의 결말’이 만들어낸 과도한 기대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1993년 <쥬라기 공원>으로 시작된 시리즈의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 작품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웠습니다. 특히 30년의 시리즈 역사를 마무리하는 작품이라는 점은, 팬들에게는 일종의 감정적 귀결을 기대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 프랜차이즈에 대한 충성도 높은 팬층이 존재했고, 그만큼 큰 기대감을 갖고 개봉을 기다려온 관객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이라는 타이틀이 암시하는 감정적 클라이맥스, 철학적 메시지, 캐릭터 간의 관계 회복 등 복합적 기대가 동시에 존재했지만, 영화는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도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습니다. 주인공 오언과 클레어는 이전 작품들에서의 성장을 거의 이어가지 못한 채 정체된 모습을 보여주며,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과의 관계도 단절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기존 시리즈의 상징적 인물들이 함께 등장했음에도, 그들은 내러티브를 이끄는 중심축이 되지 못하고 단순한 '향수 자극 요소'로만 소비되었습니다. 또한 많은 한국 관객은 이 작품이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갖기를 바랐지만, 영화는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적 완결성보다는 부분적 볼거리에 집중하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그 결과로 관객은 “이게 마지막?”이라는 실망감을 피할 수 없었고, 극장을 나서며 허탈한 감정을 안게 되었습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은 평점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이는 입소문을 통해 흥행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물론 영상미적인 부분은 과거의 시리즈보다 향상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미 공룡의 영상 이미지를 과거 시리지를 통해 접한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영상미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입니다.
비교 평가: 시리즈 내부 비교와 외부 경쟁작과의 충돌
한국 관객은 시리즈물이 거듭될수록 점점 더 정서적, 서사적 완성도를 요구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공룡의 부활’이라는 테마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매력을 주는 데 성공했고, 두 번째 작품 <폴른 킹덤>은 다소 논란이 있었지만 적어도 서사적 실험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은 그 둘의 장점 모두를 잃어버린 채, 이전보다도 더 평면적인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며 전작과의 비교에서 낙제점을 받았습니다. 특히 공룡이라는 핵심 소재가 영화의 주제나 갈등 구조와 자연스럽게 결합되지 않고, 하나의 배경으로만 활용되었다는 점은 치명적이었습니다. 시리즈의 정체성이 '공룡과 인간의 관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관계를 심화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주변부로 밀어낸 이번 작품의 서사는 관객에게 '이 시리즈가 왜 끝났는지'보다 '왜 존재했는지'조차 의문을 품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동 시기 개봉한 경쟁작과의 비교도 흥행에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탑건: 매버릭>은 향수와 현대적 감각을 훌륭하게 결합한 스토리라인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줬고, <범죄도시 2>는 국내 정서를 정면으로 공략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들 작품은 각각 관객에게 '왜 이 영화를 지금 봐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했지만,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시리즈 종결이라는 외적 명분 외에는 관객을 극장으로 이끌 유인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큰 비교군은 자신들의 첫 번째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 일 것입니다. 해당 영화가 준 충격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영화관의 큰 화면으로 처음 마주한 공룡은 관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을 장식하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전형적인 고퀄리티 영상미로 분칠 한 용두사미 스토리였습니다. 물론 1편의 개봉했던 시기보다 사람들은 더 많은 영상들을 접해왔기에 공룡에 관해 큰 충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감독 및 제작진들도 인지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좀 더 스토리가 큰 역할을 하도록 노력했어야 했을 것입니다.
내러티브: 인물, 주제, 갈등의 흐릿한 설계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의 가장 큰 약점은 내러티브 구조의 허약함입니다. 영화는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아무것도 깊이 있게 전달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에 해당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뚜렷한 동기나 성장 아크를 지니지 못하고, 복수의 갈등 구조가 병렬적으로만 존재하면서 감정선이 단절됩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시리즈 전체의 주제였던 ‘인간의 오만과 자연의 균형’이라는 문제의식을 실질적으로 계승하지 못합니다. 공룡이라는 존재는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를 묘사하는 데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었지만, 영화는 그 가능성을 탐구하기보다는 단순한 추격전과 사건 나열에 머물렀습니다. 그 결과 공룡은 다시금 ‘볼거리’로만 전락했고, 서사의 핵심 동력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오리지널 3인방의 등장 역시 깊은 의미를 부여받지 못한 채 단순한 ‘재회 이벤트’로 소비되고 맙니다. 그들이 새로운 세대와 연결되는 의미 있는 장면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극의 리듬을 방해하는 요소로 전락했습니다. 감정적 연계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들의 출연은 팬서비스 이상의 의미를 전달하지 못했고, 서사 내 통합성마저 약화시켰습니다. 또한 영화 후반부의 결말은 명확한 메시지나 카타르시스를 주기보다는 다소 성급하고 의례적인 방식으로 마무리되며, 관객의 감정적 여운을 충분히 환기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왜 이 시리즈가 이렇게 끝나야 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 결말은 만족보다는 의문과 아쉬움을 남기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흥행 면에서 미국 시장에서는 성공적이었지만, 한국에서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단지 콘텐츠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 관객이 대형 프랜차이즈에 요구하는 정서적 완결성, 서사의 깊이, 캐릭터 감정선의 정밀도 등 복합적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시리즈 종결이라는 외형만을 갖추었을 뿐, 내면적으로는 어떤 철학적 정리도, 감정적 감동도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관객은 이 영화를 더 이상 기다려야 할 작품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흥행 역시 그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시리즈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단순한 줄거리의 끝맺음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이야기 전체가 왜 존재했는지를 관객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입니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은 그 막중한 타이틀을 스스로 짊어졌음에도 결국 납득할만한 마지막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왜 망했는가’라는 질문은 결국 ‘왜 남지 못했는가’로 귀결됩니다. 그리고 그 답은, 영화 안에 없는 이야기의 부재 속에 숨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