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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 (비합리적 확신, 음모론과 대화, 심리치료적 접근)

by gogoday 2026. 2. 7.

책 <제정신이라는 착각> 표지 사진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의 확신을 주장하고, 타인의 견해를 평가합니다. 특히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이 더욱 힘을 얻는 시대입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은 우리가 가진 확신이 얼마나 비합리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생각이 다른 사람과 어떻게 건설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이 책은 단순히 타인을 '미쳤다'라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인식적 맹점을 돌아보고 사회적 균열을 극복할 방법을 제시합니다.

비합리적 확신의 본질과 우리의 맹점

우리는 흔히 현실과의 접점을 잃고 자신만의 세계를 지어내는 사람을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책에서 소개된 베를린 사리트 대학 병원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슈타지의 감시를 확신하며 알루미늄 헬멧을 쓰고 지내는 노인은 역사적 사실을 제시해도 자신의 확신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는 극단적 사례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확신의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자신의 지식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입니다. 변기의 물 내림 메커니즘이나 캔 따개의 작동 원리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자세히 설명하려 하면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이는 시각적 맹점과 유사한 '인식적 맹점'의 존재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필링인 현상처럼 뇌가 자동으로 빈 곳을 채워주기 때문에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합니다.
더 나아가 확신은 단순히 개인의 인식 문제가 아닙니다. 2015년 퓨 리서치 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성향 공화당 지지자 중 지구 온난화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것이라고 믿는 비율은 10%에 불과했지만, 진보성향 민주당 지지자는 78%였습니다. 이는 확신이 과학적 증거보다는 소속 집단을 정의하는 수단으로 작용함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확신에 의거해 집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속하고 싶은 집단에 의거해 확신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런 메커니즘은 사회적 통합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서로를 '미쳤다'라고 규정하며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게 만듭니다.

음모론과 대화: 코로나19 팬데믹이 드러낸 사회적 균열

코로나19 팬데믹은 비합리적 확신이 사회에 얼마나 큰 폐해를 야기할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수평적 사고자'와 '코로나 바보'라는 대립적 명칭은 이미 상대를 깎아내리고 자신을 추켜올리는 태도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이분법적 분류는 집단 소속감을 강화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건설적 대화를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마트에서 겪을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큰 목소리로 무조건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정확한 사실 관계를 이야기해 봤자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은 이미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있고, 그 확신은 객관적 사실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입장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붐비는 전철 안에서 마스크가 효과가 없고 건강에 해롭다고 확신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 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며 공격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백신을 거부한 사람 중 대다수가 정치적으로 우파 혹은 극우파에 속했고, 잘못된 정보와 음모론이 만연하면서 비민주적 기류가 생겨났습니다. 이런 기류는 때로 언론인에 대한 폭력적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화를 속으로 삼키며 침묵하고 피하는 것이 답일까요? 책은 분명히 말합니다. 그것만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고. 사회의 균열이 더 깊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미 존재하는 균열을 극복하려면, 대화에 열려 있어야 하고 계속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심리치료적 접근: 질문과 경청의 힘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 책은 심리치료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직접적 조언이나 충고, 불쾌한 진실에 대면시키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을 통해 상대에게 관심을 보이고,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마트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상대방이 왜 화가 났는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봄으로써 상대방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그들이 어차피 하고 싶었던 말이기 때문에 적극적이고 명확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추가적인 설명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가 잠깐 물건 좀 본다고 아이를 놓쳤지만, 아이가 실수로 뛰어다니다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는 거잖아요. 물건을 안전한 곳에 놨어야죠."와 같이 말입니다. 이때 본인이 아이를 케어하지 못했고 아이가 사고 친 것을 스스로 밝히게 된 것입니다.
최신 연구는 역화 효과, 즉 자신의 확신에 위배되는 정보를 만나면 오히려 잘못된 확신을 더 강하게 부여잡는 현상이 생각보다 자주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사회학자와 정치학자는 자신의 확신에 배치되는 정보를 접하는 것이 내용적으로 맞는 확신을 가지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것에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습니다. 조현병 증상이 있는 사람들조차 심리치료적으로 적절히 개입하면 망상적 확신을 고집하는 정도가 약해지고 대안적 설명에 열린 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관심과 열린 태도입니다. 코로나19가 빌 게이츠의 작품이라고 여기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것이 황당하게 느껴지더라도 정말로 궁금한 마음으로 질문하는 것입니다. 그로써 함께 생각하기를 원하며 상대를 존중하고 있음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위선이 아닙니다. 당신은 그런 태도를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며, 경우에 따라 정말로 상대방이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정신이라는 착각>은 지나친 자기 확신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와 타인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가진 이성은 생각만큼 이성적이지 않으며, 우리 모두는 비합리적 확신에 취약합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고 불확실성 내력을 키우며, 열린 태도와 분별력,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가치 있는 일입니다.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건설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균열을 메우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hTBTrqoAosE?si=S0Mgln30L_RZZ01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