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간 파킨슨병과 싸워온 정신분석 전문의 김해남 선생님의 책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은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되묻습니다. 의무와 책임감에 짓눌려 숙제처럼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며, 저자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스스로를 덜 닦달하고, 더 많이 사랑하며, 매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며 사는 것. 이것이 바로 후회 없는 인생을 사는 방법입니다.
힘들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는 삶의 지혜
웃을 수 없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러한 사람은 우리에게 있는 불합리한 면들을 견디지 못합니다. 저자는 유머를 잃어버린 사람은 사고도 굳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늘 모든 것이 엄숙함과 진지함 속에서 진행되어 긴장하게 되고 피로해져서 일의 의미와 재미마저 잃게 된다는 것입니다.
슈바이처의 말처럼 인간에게 가장 큰 재앙은 죽음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내면에서 죽어가는 것들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재앙은 죽음이나 이별이 아니라 그러한 인생의 비극 속에서 웃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유머를 사용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상실을 인정하고 흘려보내며, 그 상실과 슬픔을 잘 감싸 안기 위해 우리에게는 유머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유머러스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삶을 깨어 앉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하지만 자신과 세상에 대해 유머러스한 태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심리적인 안정과 유연함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좌절과 모순, 상실을 견딜 수 있는 힘도 필요합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짓는 잔잔한 웃음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웃음이 모순을 겪고 난 뒤에 현실을 긍정하는 태도에서부터 배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화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회사에서 연속으로 야근이 발생해도 '오히려 다른 사람들 없을 때,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즐기려는 태도가 바로 이러한 유머의 힘입니다. 이러한 생각만으로도 실제로 시간이 잘 가고 덜 힘든 것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맞서 이기는 게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넘어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에든 미쳐서 몰입해본 경험의 가치
한 번쯤은 무엇에든 미쳐 볼 것을 저자는 권합니다. 마치 열이라도 하듯 무엇엔가 풍덩 빠져본 적이 있는가? 자나 깨나 그 생각이요,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뜨겁고 두근거리며, 그 일을 할 때면 자신조차 잃어버리는 무아지경에 빠져본 적이 있는가?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이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무언가에 미쳤을 때 느끼는 환희와 그것이 가져다주는 자신감, 성과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나에 미칠 줄 알면 다른 것에도 미칠 수 있습니다. 열애에 빠진 사람에게 세상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어느 하나에 미치게 되면 세상과도 연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 안에서 피어오른 열정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세상, 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듭니다. 교육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무언가에 빠져서 몰입하는 시간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합니다.
대학교 시절 2년간 창업을 했던 경험은 급여도 없고 밤낮도 없이 일을 했지만, 어느 때보다 목표를 위해 열심히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순간을 버티게 해주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어떤 것에 미친다는 것은 열정을 가진다는 뜻이고, 그 열정을 행동으로 옮긴다는 뜻입니다. 미칠듯한 열애는 무모한 젊은 시절이나 가능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무언가에 미쳐보는 일은 언제나 가능합니다.
저자는 병 때문에 움직이는 게 힘들어 집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끊임없이 작은 도전들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물방울 사진들을 찍어 전시회를 열었고,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려 책을 냈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입니다. 새로운 도전들을 하며 삶은 훨씬 재미있고 풍성해졌습니다. 그러니 한 번쯤은 일이든 취미든, 인생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당신을 다 던져보십시오. 미치도록 무언가에 열중했던 경험은 당신이 훗날 무엇에든 도전하고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며, 살아 있음에 환희를 당신에게 안겨줄 것입니다.
상처를 수용하고 자신을 믿는 성장의 과정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입니다. 저자의 무릎에는 지금도 어릴 적 놀다가 생긴 흉터가 10개도 넘게 남아 있습니다. 비행기 낙하산 놀이를 하다 계단 모서리에 무릎을 부딪혀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베어 생긴 흉터, 연필을 들고뛰다가 넘어져 연필심이 박힌 흔적, 화상 연고를 잘못 발라 생긴 큰 흉터까지, 흉터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들어 있어 살아온 과거를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여기저기 크고 작은 흉터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 가족,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컸고,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 주었으면 좋겠는데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깨지면서 상처를 많이 입었고, 아물던 상처가 덧난 적도 많았습니다. 부끄러워서 가리고만 싶었던 흉터들, 그러나 지금은 그 흉터 하나하나를 사랑합니다.
상처를 입고 그것이 회복되어 가는 흉터로 남고, 다시 상처를 입고 그것이 아물어 또 다른 흉터가 되는 동안 우리는 더욱 성장하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결핍과 상실로 인해 상처를 입고, 때론 그것들을 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때론 견디는 법을 배우며 인생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 그러면서 더욱 풍요로워지는 삶을 경험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흉터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의 훈장이 될 수도 있고, 숨기고 싶은 창피한 흔적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약점을 스스로 마주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를 마주하는 순간 그 부족함은 더 이상 나를 막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정도의 상처 혹은 부족함은 내 인생에서 어떠한 걸림돌도 되지 못합니다. 즉,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 신은 우리에게 고난과 상처를 주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아갈 수 있는 회복 탄력성 또한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겪는 고통이 끝이 없어 보인다 해도 당신은 분명 자신을 추스른 다음 움직일 것이고, 하루하루를 이겨낼 것이고, 다시금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힘든 상황을 헤쳐 나아가고 싶다면 가장 먼저 당신 스스로를 믿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며 살고 싶습니다. 유머를 통해 삶의 불합리함을 수용하고, 무언가에 미쳐 몰입하는 경험을 쌓으며, 나의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성장의 디딤돌로 삼는 것. 이것이 바로 저자가 전하는 후회 없는 인생의 비결입니다. 지금이 순간을 충분히 느끼고 감사하면서 살 수 있다면, 죽음조차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의미 있는 인생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676) 어떤 순간에도 나는 나를 믿을 것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책 읽는 자작
https://youtu.be/7fJdHBKsUn4?si=RN9OJKPSZu6mApp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