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심리학자가 밝혀낸 인간 사고의 메커니즘을 다룹니다. 우리는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믿지만, 실제로는 체계적인 편향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책은 빠른 직관과 느린 논리라는 두 가지 사고 시스템을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과정을 해부하며, 전통 경제학이 가정한 합리적 인간상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시스템1과 시스템2: 두 가지 사고방식의 작동원리
카너먼은 인간의 사고를 시스템1과 시스템2로 구분합니다. 시스템1은 빠르고 직관적이며 자동적으로 작동하는 사고방식입니다. 2+2를 계산하거나 숲에서 스르륵 소리를 듣고 본능적으로 반응할 때 사용됩니다. 반면 시스템2는 의식적이고 논리적이며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사고방식입니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거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작동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주로 시스템1이 작동합니다. 매번 깊이 생각하며 살아간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입니다. 건물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갈 때 우리도 따라 나가는 것이 시스템1의 작동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스템2가 개입하여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이렌이 고장 났나?"라고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구분은 생존에 최적화된 진화의 결과입니다. 숲에서 스르륵 소리가 났을 때, 호랑이일 확률이 1%라도 즉각 도망치는 사람이 확률을 계산하며 분석하는 사람보다 생존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설령 그 소리가 토끼나 너구리였더라도, 빠른 반응은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시스템1의 작동방식은 때로 비합리적인 결정으로 이어집니다. 실험실에서 세포를 관찰하며 미세한 형태 변화도 놓치지 않고 기록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직관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습니다. FBS를 잘못 넣었을 때도 "망했다"로 끝내지 않고 왜 그런 변화가 생겼는지 추적한 결과가 결국 분화 조건을 찾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시스템2를 의도적으로 작동시키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인지편향: 닻내림 효과, 가용성 편향, 대표성 편향
카너먼이 소개하는 휴리스틱(heuristic)은 불충분한 정보나 급한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간편 추론에는 체계적인 편향이 존재합니다. 첫째, 닻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는 처음 주어진 정보가 기준점이 되어 이후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입니다. 실험에서 한 집단에게는 "삼나무의 최대 높이가 350m를 넘는가?"라고 물었고, 다른 집단에게는 "50m를 넘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 후 실제 높이를 추정하게 했을 때, 첫 번째 집단은 300m 전후로, 두 번째 집단은 40~50m 전후로 답했습니다. 처음 제시된 숫자가 닻처럼 작용하여 사고를 제한한 것입니다. 과거 시장에서 상인이 처음 부르는 가격이 높으면 최종 가격도 높아지는 원리가 바로 이것입니다.
둘째, 가용성 편향(availability bias)은 자주 접하는 정보를 더 흔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입니다. 벼락에 맞아 죽는 사람과 보툴리누스 식중독으로 죽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을까요? 대부분은 식중독을 선택하지만, 실제로는 벼락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식중독 관련 뉴스는 자주 접하지만 벼락 사망 기사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용성 폭포(availability cascade)는 언론 보도가 반복되며 대중의 공포를 증폭시키고, 정치적 결정까지 왜곡합니다. 테러리즘이 교통사고보다 훨씬 적은 사상자를 내지만 더 큰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대표성 편향(representativeness bias)은 전형적인 특성에 근거해 판단하는 오류입니다. "시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은 여성"이 중국문학 전공일까, 경영학 전공일까? 많은 사람이 중국문학을 선택하지만, 경영학 전공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실제 확률은 반대입니다. 우리는 개인의 특성에 매몰되어 기저율(base rate)을 무시합니다. 연구실에서 규정 없는 핸들링이 오염을 부른다고 판단했을 때도, 특정 사람의 "부주의함"이라는 대표적 특성에 집중하기보다 시스템 자체를 표준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3주 반복 교육과 구조화된 절차가 결국 실수를 줄였습니다.
합리적 의사결정: 이콘과 휴먼, 그리고 실제 선택의 비대칭성
전통 경제학은 인간을 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일관된 취향을 가진 존재, 즉 "이콘(econ)"으로 가정합니다. 그러나 실제 인간, 즉 "휴먼(human)"은 그렇지 않습니다. 카너먼은 이익과 손실에 대한 태도가 비대칭적이라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습니다. 결정1에서는 A(240달러 확실한 이득)와 B(25% 확률로 1,000달러)를 선택하게 하고, 결정2에서는 C(750달러 확실한 손실)와 D(75% 확률로 1,000달러 손실, 25% 확률로 손실 없음)를 선택하게 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A와 D를 선택합니다. 이익에 대해서는 확실성을 선호하지만,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두 결정을 결합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납니다. AD 조합은 25% 확률로 240달러를 벌고 75% 확률로 760달러를 잃습니다. 반면 BC 조합은 25% 확률로 250달러를 벌고 75% 확률로 750달러를 잃습니다. 명백히 BC가 더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각각의 결정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AD를 선택합니다. 이는 시스템1이 전체를 동시에 계산하지 못하고 개별 상황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케이크를 세 명이 나눠 먹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이 전부 가질 수 있다면, 이콘은 당연히 혼자 다 먹을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휴먼은 친구들 앞에서 일부를 나눠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비합리적이지만, 사회적 맥락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3개월간의 연구 결과를 "사람이 먹는 것에 타협 없다"는 기준으로 백지화한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는 비효율적이지만, 기준을 낮추는 순간 판단 체계 전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완벽주의가 아니라, 신뢰가 필요한 분야에서 시스템2를 작동시키는 의도적 선택이었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더 똑똑해지는 법이 아니라 내 사고를 덜 믿는 법을 가르칩니다. 우리는 자신의 직관을 과신하지만, 그 직관은 체계적으로 편향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1의 빠른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시스템2를 의도적으로 작동시키는 것입니다. 정책 결정, 마케팅, 연구 등 신뢰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씨앗이 되었으며, 인간의 비합리성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예측 가능한 패턴임을 보여줍니다. 내 판단조차 검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태도, 그것이 이 책이 남긴 가장 큰 교훈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 행동경제학의 아버지가 밝힌 인간의 비합리성 l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 채널명: 이교수의 책과 사람
https://youtu.be/NIMP3tHwLSY?si=xF_XNVqK-o0BpDh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