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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센셜리즘 실천법 (본질 선택, 거절 용기, 완충 설계)

by gogoday 2026. 3. 9.

책 <에센셜리즘> 표지 사진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수학 문제를 틀리면 단순히 정답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어느 단계에서 왜 틀렸는지 변인을 통제하며 확인했고, 그 약점을 반복 교정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창업과 연구를 거치며 이 태도는 더 날카로워져, 식품 안전에서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기준을 세우고 오염 제로를 교육·매뉴얼·체크리스트로 시스템화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렉 맥커운의 『에센셜리즘』을 접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제가 해온 방식에 이미 이름이 있었다는 것을요. 에센셜리즘(Essentialism)이란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라는 원칙으로, 본질적인 소수에 집중하여 최대 성과를 내는 사고방식입니다. 여기서 본질이란 성과, 이익, 효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 안전, 재현성처럼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 글에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에센셜리즘을 실제 업무와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개념이 가진 함정은 무엇인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본질을 선택하는 기준, 90% 법칙

에센셜리즘의 핵심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같은 무게를 갖지는 않습니다. 책에서는 '90% 법칙'을 제시하는데, 어떤 선택지에 대해 0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를 매겨보고, 90점 미만이라면 0점과 다름없다고 판단하여 거부하라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확신이 완전히 들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기준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 적용하려면 명확한 판단 기준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 식품 제조 현장에서 이 원칙을 적용할 때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이 선택이 품질, 안전, 재현성을 높이는가?" 원재료 공급업체를 바꾸자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가격이 10%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해당 업체의 위생 등급, 납품 이력, 클레임 발생률을 확인하고, 90점 이상의 확신이 들 때만 변경했습니다. 반대로 90점 미만이라 판단되면,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기존 업체를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선택의 기준을 명료하게 기록하고 갱신하는 것이 에센셜리즘의 시작입니다.

워런 버핏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합니다. 그는 "우리의 투자 철학은 움직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며, 소수의 주식에만 투자하고 오랫동안 보유한다고 밝혔습니다. 좋아 보이는 투자 기회들은 그대로 흘려보내고, 정말 핵심적인 소수의 기회에만 자원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제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신제품 기획 회의에서 "이것도 해볼까요?"라는 제안이 쏟아질 때, 저는 "지금 이 제품이 우리의 본질적인 목표에 90점 이상 기여하는가?"를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70~80점대였고, 그럴 때는 과감히 보류했습니다.

그렇다면 본질적인 목표는 어떻게 세울까요? 책에서는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제시합니다.

  • 내가 진심으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내 재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 이 세상이 지금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들을 통해 선택의 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제게는 "사람이 먹는 것에는 타협하지 않겠다"는 신념이 본질적인 목표였고, 그 아래에서 품질 관리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본질은 발견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거절하는 용기, 경계를 긋는 기술

에센셜리즘을 실천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특히 거절하는 용기입니다. 직장 상사, 동료, 고객의 요청을 받을 때, 단지 마찰이나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예"라고 말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회의 중 별로 중요하지 않은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거절하면 관계가 틀어질까 봐 수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제 핵심 업무에 쓸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누군가의 요청을 거부할 때 단기적으로는 당황, 실망, 분노 같은 감정이 생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존중이라는 감정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확고한 태도로 거부 의사를 표하는 것은 자신의 시간이 매우 값진 것이라는 점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이후 요청을 받으면 5초 정도 생각한 후 답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지금 이 요청이 제 핵심 업무에 도움이 되는가?"를 즉시 판단하고, 90점 미만이면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 프로젝트에 집중해야 해서 참여가 어렵습니다"라고 명확하게 이유를 밝히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내 문제로 가져오지 않는 것입니다. 심리학자 헨리 클라우드는 『경계』에서 25살 아들을 둔 부모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부모가 아들의 모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자, 아들은 자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라우드는 "문제는 부모님에게 있습니다. 담장을 쳐서 문제를 분리하세요"라고 조언했습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료가 자신의 업무를 도와달라고 할 때,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건 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아니면 그 사람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를 구분해야 합니다. 경계를 긋지 않으면 내 영역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정해집니다.

매몰비용 편향(Sunk Cost Fallacy)도 거절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여기서 매몰비용 편향이란 이미 투자한 시간, 돈, 노력 때문에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투자하게 되는 성향을 뜻합니다. 책에서는 콩코드 여객기 사례를 소개합니다. 막대한 개발비와 운영비가 들었지만,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이미 투입한 비용 때문에 40년 넘게 적자 운영을 지속했습니다. 제 경험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몇 달간 준비한 신제품이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았을 때, "여기까지 투자했는데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에센셜리즘 관점에서 보면, 잘못된 일을 그만두는 용기가 더 중요합니다. 저는 그 제품을 과감히 중단하고, 그 자원을 핵심 제품 개선에 투입했습니다.

완충 설계, 번아웃을 막는 시스템

에센셜리즘은 단순히 일을 줄이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적인 일에 집중하되, 그 과정에서 번아웃을 막을 완충장치를 설계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완충장치(Buffer)란 예상치 못한 상황이나 어려운 시기에 대비한 여유를 의미합니다. 책에서는 노르웨이와 영국의 사례를 대조합니다. 1980년 이후 두 나라 모두 석유 채굴로 막대한 세수를 거뒀습니다. 영국은 그 돈을 전부 써버렸지만, 노르웨이는 국부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오늘날 노르웨이 석유 펀드는 자산 규모 7,2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정부와 국민을 위한 훌륭한 완충장치가 되었습니다.

제 업무에서도 완충 설계는 필수였습니다. 식품 제조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항상 발생합니다. 원재료 납품 지연, 설비 고장, 갑작스러운 주문 증가 등이 그것입니다. 저는 이를 대비해 다음과 같은 완충장치를 마련했습니다.

  • 핵심 원재료는 2주치 이상 재고를 확보
  • 설비 점검 일정을 월 1회 고정하여 예방 정비
  • 주문량 30% 증가에도 대응 가능한 생산 여유 확보

이런 완충장치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뢰와 안정성을 높여 더 큰 성과로 이어집니다. 책에서는 남극 탐험가 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코트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아문센은 온도계를 4개 준비하고, 식량은 3톤, 귀환길 표시용 깃발은 20개를 1마일 간격으로 꽂았습니다. 반면 스코트는 온도계 1개, 식량 1톤, 깃발 1개만 준비했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아문센 팀은 성공적으로 탐험을 마쳤고, 스코트 팀은 전원 사망했습니다. 철저한 대비가 생존과 성공을 가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완충장치는 수면과 휴식입니다. 책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연구를 소개하는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은 하루 평균 8.6시간 잠을 잤고, 매주 2.8시간의 낮잠을 잤습니다. 이는 미국인 평균보다 각각 1시간, 2시간 긴 시간입니다. 충분한 수면은 집중력을 높여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성과를 냅니다. 저 역시 수면을 8시간 확보하려고 노력합니다. 잠을 줄이고 일하면 단기적으로는 더 많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판단력이 떨어져 실수가 늘고, 결국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에센셜리즘은 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에센셜리즘을 실천하며 제가 얻은 가장 큰 변화는 하루의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하는 습관입니다. 아침에 "지금 중요한 것이 뭐지?"라고 스스로 묻고, 그날 해야 할 핵심 업무 1~2가지만 선택합니다. 나머지는 과감히 보류하거나 위임합니다. 이렇게 하면 분주함의 황폐함을 피하고, 정말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된 고등학교 럭비 코치 게일 윅스는 선수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이 뭐지?"라는 질문을 제시했고, 그 결과 36년간 418승 10패, 20번의 전국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에센셜리즘의 마지막 열쇠입니다.

다만 에센셜리즘에도 함정은 있습니다. "본질"이라는 단어는 듣는 순간 정답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누가 무엇을 본질로 규정하느냐에 따라 권력의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90점 아니면 거절" 같은 기준은 결단을 돕지만, 인간관계, 학습, 탐색처럼 애매함이 필수인 영역까지 단칼에 잘라내면 성장의 씨앗도 함께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덜 하기'의 기술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을 명료하게 기록하고 갱신하는 기술로 읽고 싶습니다. 본질은 발견이 아니라 설계입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 "지금 중요한 것이 뭐지?"라고 스스로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그 질문이 여러분을 후회 없는 삶으로 이끌 것입니다.


참고: https://youtu.be/rW41A-IxNFw?si=Jq9COowhCZIUQO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