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개봉한 영화 <수상한 교수(The Professor)>는 조니 뎁이 연기한 ‘리처드’라는 캐릭터를 통해 인생의 본질, 죽음의 의미, 그리고 존재의 해방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대학 교수가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 규칙을 깨고 진짜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블랙코미디적인 터치로 풀어낸 이 영화는, 단순한 휴먼 드라마를 넘어 삶과 죽음의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이 글에서는 <수상한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차분히 살펴봅니다.
시한부 통보: 인생의 탈피를 알리는 경고음
영화의 시작은 매우 간결하고 뻔한 클리셰적입니다. 주인공 리처드는 병원에서 말기 암 진단을 받습니다. 남은 시간은 약 6개월. 의사는 담담하게 현실을 말하지만, 리처드의 표정은 공허하고 복잡합니다. 그리고 그는 선택합니다. 가족에게 바로 말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 마지막을 살기로 합니다. 이 선택은 단순한 반항이 아닙니다. 그는 이 시점에서 삶의 외피를 벗기 시작합니다. 교수로서의 ‘품격’, 남편으로서의 ‘책임’, 사회인의 ‘윤리성’ 등, 기존에 그를 규정했던 틀들을 하나씩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대놓고 진심을 이야기하며, 기존의 수업 방식을 거부합니다. 동료 교수들과의 관계에서도 더 이상 위선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냅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마약을 시도하며, 충동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하죠. 이 모든 모습은 파괴적이고 반사회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한 인간이 오직 ‘삶’ 자체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몸부림이 있습니다. 그에게는 더 이상 준비하거나 망설일 시간조차 없기에 오히려 더 진실된 자신을 마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죽음이라는 경고음 앞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수상한 교수>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정말 죽기 전이되어야만 삶을 살기 시작하는가?"라고 묻습니다.
가면을 벗은 인간 리처드: 자유의 본질
영화가 전개될수록 리처드는 점점 자유로워집니다. 그는 학생들과 격식 없는 대화를 나누고, 학교와 사회가 강요하는 '올바름'에서 벗어나 자신의 언어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일탈의 표현이 아니라, 삶의 진짜 얼굴을 보기 위한 철학적 여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리처드의 수업은 기존의 커리큘럼이 아니라, 인생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채워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남은 시간이 하루라면 뭘 할 것인가?” 그의 수업은 정답으로만 가득한 삶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체감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이런 모습은 관객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사회적으로 정해진 틀을 버리고 나 자신을 중심에 두는 것이 진정한 자유임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리처드 이 시점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평가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남이 만들어준 인생이었어.”
이 대사는 많은 현대인들의 내면을 찌릅니다. 우리는 끝없이 많은 ‘해야 하니까’, ‘그래야 하니까’로 삶을 채워가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상한 교수>는 이를 부정하면서 진짜 삶은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나 자신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리처드는 오히려 인간적인 관계를 회복합니다. 딸과의 솔직한 대화, 동료들과의 새로운 유대, 심지어 아내와의 갈등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모습은, 죽음을 앞두고서야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기 시작한 사람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죽음을 앞둔 삶이 던지는 철학적 질문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는 차분해지고, 리처드의 변화도 내면 중심으로 옮겨갑니다. 격렬했던 감정의 분출이 점점 수용과 정리에 가까운 단계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그는 여전히 죽어가는 몸을 안고 있지만,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마침내 삶과 죽음을 연결된 하나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가 인상적인 이유는 죽음을 비극이나 공포로만 묘사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삶의 본질을 더 선명하게 조명한다는 점입니다. 죽음을 앞둔 자는 오히려 생의 본질에 더 가까워지고, 무의식적으로 살아가는 다수는 오히려 ‘죽은 자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메시지죠. 영화는 결말을 명확히 보여주지 않습니다. 리처드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죽음은 단순히 ‘끝’이 아니라, 질문 그 자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줍니다. <수상한 교수>는 가장 핵심적인 철학적인 질문 하나를 다음과 같이 남깁니다. “진짜로 살아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만이, 진짜로 살 수 있다.”라고 대답합니다.
<수상한 교수>는 시한부 삶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묻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죽음을 극복하라’는 의지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삶의 일부로 인정할 때 비로소 삶이 명확해진다는 철학을 전한다는 점입니다. 조니 뎁은 이 작품에서 그 어떤 영화보다 인간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가식 없고, 거칠고, 때론 무기력하지만, 그 안에 깃든 깊은 자각과 인간 본연의 고뇌는 많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무기력함, 혼란, 삶의 방향 상실을 느끼고 있다면, 이 영화를 권합니다. 마지막으로 리처드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호소를 공유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우리는 왜 제대로 살지도 않는 인생을 떠다니고 있을까? 내 말은, 제대로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