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생각이 많아질수록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정작 행동은 멈춰서는 역설적 상황에 빠지곤 합니다. 정신분석 전문의 김해남 작가의 책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은 30여 년간 수많은 환자를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의 늪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하고, 불안과 마주하며, 약점보다 강점을 키우는 것'이 세 가지 원칙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걱정 줄이기: 통제 가능한 것만 골라 즉시 행동하라
세계적인 작가이자 라이프 코치인 어니 젤린스키는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가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합니다. 걱정의 40%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나지 않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이며, 22%는 사소한 것이고, 4%는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우리가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겨우 4%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쓸데없는 걱정에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걸까요?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잘 될 거야", "괜찮을 거야"라는 말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장이라도 걱정하는 일이 일어나 자신을 덮칠 것만 같은 불안의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통제 불가능한 것과 가능한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내가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는 것입니다. 만약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거나 통제할 수 없는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기 개발 분야의 선구자 데일 카네기는 걱정의 90%를 없애는 네 가지 단계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내가 걱정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써봅니다. 둘째,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써봅니다. 셋째, 무엇을 할지 결정합니다. 넷째, 결정한 대로 즉시 실행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하는 것' 자체입니다.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도 난감한 상황이 되면 일단 전화부터 한다고 합니다. 전화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전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도망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이러한 접근법에 크게 공감합니다. 우리는 머리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리지만, 이는 어떤 것 하나 해결해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생각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면서 걱정만 더 커질 뿐입니다. 그렇기에 우선순위를 정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선별하여 다른 통제 불가능한 일들로부터 자유를 얻어야 합니다. 이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한다면, 더 생각하지 말고 일단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행동은 걱정을 몰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며, 문제 해결에 집중하게 되면 어느 순간 걱정이 사라지게 됩니다.
강점 키우기: 약점 극복보다 강점 개발에 집중하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약점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그들은 약점을 창피하게 생각하며 절대 밖으로 노출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약점이 드러나면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거나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고, 둘째는 약점을 꼬투리 잡아 다른 사람이 자신을 지배하고 통제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래서 약점이 노출될까 봐 그것을 숨기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하지만 약점만 신경 쓰다 보면 그것이 원래의 크기보다 더 커 보이고 그로 인해 더욱 불안해집니다. 약점에 대한 불안과 열등감은 개미귀신과도 같습니다. 개미귀신은 모래 속에 구멍을 파놓고 개미가 빠지기만을 기다립니다. 구멍에 빠진 개미는 그곳을 탈출하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구멍은 더 깊어지고 결국 주변에 다른 것들마저 함께 파묻히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당신이 약점을 없애려 할수록 약점이 사라지기는커녕 장점까지 매몰되어 버릴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약점은 아무리 극복하려고 애써도 보통 수준 이상이 되기는 힘듭니다.
그러므로 약점을 고치려고 애쓰기보다 강점을 찾아내 그것을 키우는 게 백 배 낫습니다. 어차피 모든 걸 다 잘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강점은 원래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신이 그것에 집중하면 보통 수준을 넘어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야말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강점에 집중하면 세상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면서 약점에 덜 민감해지게 됩니다. 약한 부분이 없어지진 않지만 더 이상 그것 때문에 괴롭거나 불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약점을 이기는 또 한 가지 방법은 약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석학 버트런드 러셀은 강의를 하기 전에 극심한 불안을 느꼈지만, 어느 날 조금 실수한다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그로 인해 큰 타격을 입는 것도 아닌데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뒤 그는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점차 약점을 걱정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말실수가 줄어들고 긴장도 덜하게 되었습니다. 저자 역시 러셀과 같은 약점이 있어서 강연을 할 때면 심한 불안에 시달렸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서 최대한 불안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처했고, 이것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나는 이러한 관점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약점에 매몰되어 행동에 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강점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긍정적인 생각과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나의 행동력과 의지를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강한 사람은 결코 약점이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다만 자신의 약점을 두려워하지 않고 약점이 남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불안해하지 않을 뿐입니다. 강한 사람은 약점이 자신을 열등하게 만들거나 추락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약점을 없애기보다는 보완하려고 합니다.
관계 존중하기: 가까운 사람일수록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
듀크대학교 메디컬 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위험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배우자 혹은 친한 친구가 많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살아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만큼 친밀한 관계는 사람을 살게 만드는 큰 힘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깝다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많은 폭력을 가합니다. 서로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서로 간에 비밀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상대방 집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아야만 직성이 풀립니다. 만약 상대가 대답을 회피하거나 싫은 내색을 보이면 유별나게 군다 하면서 기분 나빠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친밀함을 가장한 명백한 폭력입니다. 상대를 자기 통제 범위에 두기 위한 폭력이며 상대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폭력입니다. 가까워진다는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상대가 나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고 그의 감정과 생각과 생활방식 모두를 존중하는 과정입니다. 즉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친밀해진다는 것은 두 사람의 내면이 나누는 대화이며, 각자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아끼고 보살피면서 이루는 깊은 소통입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누군가와 가까워지려는 소망은 자신의 가장 깊은 자아를 다른 사람과 나누려는 소망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친밀해진다는 것은 상대에게 나를 열어 보이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친구와 가족, 연인이 내 마음을 다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데 누가 그걸 알겠습니까. 그러니 상대에게 헛된 기대를 품었다가 실망하고 상대를 미워하기를 반복하는 대신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때 미리 상처 입을 각오를 해두는 편이 낫습니다. 상처 입기를 각오하지 않으면 그 누구와도 가까워질 수 없고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사랑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도움을 구하는 것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 수치스러워합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모든 일을 혼자 해내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약한 부분을 타인에게 기꺼이 내보일 수 있는 사람이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독립과 고립을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독립은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홀로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어 잠시 쉬고 나면 당신은 충분히 힘을 낼 수 있을 테고, 나중에 누군가 어깨를 빌려 달라고 하면 큰마음으로 기꺼이 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