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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진짜 사랑, 객관적 시각, 관계 성숙)

by gogoday 2026. 2. 3.

책 <사랑의 기술> 표지 사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단순한 연애 지침서가 아닙니다. 이 책은 사랑을 하나의 기술로 정의하며, 배우고 단련해야 하는 능력임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을 감정의 영역으로만 치부하지만, 프롬은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고독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진짜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이 글에서는 프롬이 제시한 진짜 사랑의 조건과 우리가 흔히 빠지는 병리적 사랑의 유형, 그리고 관계를 성숙시키기 위해 필요한 객관적 시각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의 구분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을 시작할 때 강렬한 설렘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에리히 프롬은 이 설렘을 '초보자 버프'에 불과하다고 정의합니다. 6개월 정도 지속되는 이 감정적 고양 상태에서는 누구든 쉽게 상대를 배려하고 관심을 쏟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설렘이 반드시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프롬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사람이 이 단계를 거친다고 강조합니다.
설렘이 사라진 후 진짜 사랑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사랑이 끝났다고 착각합니다. 대화가 지루해지고 데이트가 피로해지며 상대방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흔히 '마음이 식었다'라고 표현하며 관계를 정리합니다. 제가 특히 공감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저 역시 과거 관계에서 이러한 변화를 사랑의 종말로 여겼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프롬이 제시한 네 가지 병리적 사랑의 유형은 현대인의 연애 패턴을 정확히 진단합니다. 첫째, 숭배적 사랑은 상대를 이상화하여 영화 속 주인공처럼 완벽하기를 기대하다가 결국 실망하는 패턴입니다. 둘째, 공서적 사랑은 한쪽이 지배하고 한쪽이 지배당하는 가스라이팅 관계를 의미합니다. 셋째, 감상적 사랑은 현실의 연애를 회피하고 드라마나 만화 속 캐릭터에게 감정을 투사하는 것입니다. 넷째, 투사적 사랑은 가장 흔한 유형으로, 자신의 결점을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에게서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여 비난하는 패턴입니다.
저는 특히 투사적 사랑에 대해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제가 평소 논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던 태도가 실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반박하고 제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에 불과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상대방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얼마나 오만한 착각이었는지 이 책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객관적 시각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법

에리히 프롬이 제시한 사랑의 실천 방법 중 핵심은 바로 '객관안'입니다. 객관안이란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역지사지하라는 뻔한 조언이 아닙니다. 역지사지 역시 결국 '나라면'이라는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입니다. 진짜 객관안은 나의 주관을 완전히 배제하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분석하는 능력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입니다. 특히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 누군가와 다투는 순간에는 더욱 주관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내 잘못은 축소하고 상대의 잘못은 확대하며, 나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객관안을 훈련해야 합니다.
객관안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생각을 이해하며, 깊은 사색을 통해 스스로를 의심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나에게 당연한 것이 사실은 편협한 착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열어두어야 합니다. 만약 나에게 정서적 결함이 있다면, 나 스스로는 그것을 비정상적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부분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상대방의 기분이나 이야기에 관한 제 해석이 항상 옳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제 판단이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라고 자부했지만, 실제로는 제 경험과 가치관이라는 필터를 통해 상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객관안을 갖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제 판단을 의심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들의 논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바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의 출발점입니다.

관계 성숙을 위한 지속적 노력

프롬은 사랑이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위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사랑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인 고독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진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우리'라는 개념이 점점 무너지는 경험을 합니다. 우리 가족, 우리 반, 우리나라로 시작했던 소속감은 나이가 들수록 희미해집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세상과 동떨어진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분리불안, 즉 고독은 인간의 가장 강렬한 욕구를 자극합니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이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왔습니다. 술이나 마약, 섹스 같은 도취 상태, 정치나 종교에 대한 소속감, 워커홀릭처럼 일에 몰두하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그러나 프롬은 이 모든 것이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진짜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연애를 하면서도 고독을 느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와 네가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사랑이 아니라, 상대가 내 기대대로만 움직여주길 바라는 정신질환적 사랑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바꾸려는 시도를 멈추고, 대신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과 판단을 납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얼마나 상대방을 개조하려 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네 가지 병리적 사랑의 유형 중 투사적 사랑이 제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제 논리적 사고와 주장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 기준에 맞추려는 강요였음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상대방의 논리를 이해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노력을 지속할 것입니다. 이것이 자연스럽게 배려하는 관계로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사랑은 기술입니다. 처음에는 서툴러서 실수도 하고 자책도 하겠지만, 사랑을 믿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 노력은 결코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갖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객관적 시각으로 관계를 바라보는 것. 이것이 바로 에리히 프롬이 우리에게 전하는 사랑의 기술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youtu.be/gAF9-g7JZYc?si=lKhNxbB0eYueGPa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