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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빅테크 설계, 몰입의 조건, 디지털 습관)

by gogoday 2026. 1. 30.

책 <도둑맞은 집중력> 표지 사진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번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무한 스크롤에 빠져 정신을 차리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우리는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의지력 문제가 아닙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우리의 집중력이 체계적으로 설계된 시스템에 의해 빼앗기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빅테크 기업의 전략부터 정보 과잉 시대의 특성, 그리고 몰입을 되찾는 방법까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빅테크 설계: 스키너의 심리학과 강화 훈련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스키너는 동물의 행동을 조종할 숭 있다는 이론을 만들었습니다. 그는 비둘기를 상자에 가두고, 비둘기가 고개를 쳐드는 특정 행동을 할 때마다 모이를 주는 강화 훈련을 통해 비둘기가 탁구를 치게 만들고, 토끼가 돼지 적금통에 동전을 넣게 만들며, 돼지가 청소기를 돌리게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스키너는 인간의 행동도 이러한 강화 훈련으로 거의 다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는 현대 빅테크 기업들이 바로 이 스키너의 심리 이론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유저들에게 좋아요와 하트라는 보상을 줌으로써 셀카를 찍는 행동을 강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한 여자 인플루언서는 절벽 낭떠러지에서 셀카를 찍으려다 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보상을 받기 위해 목숨까지 무릅쓰게 된 것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유저들이 핸드폰을 들여다볼 때 돈을 벌고, 핸드폰을 내려놓을 때 돈을 잃습니다. 그들의 최대 목적은 유저들이 최대한 핸드폰을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한 스크롤 기술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엔지니어 아자 레스킨이 발명한 무한 스크롤은 사용자가 다음 페이지를 클릭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콘텐츠가 무한대로 생성되도록 설계되었고, 이 기술 덕분에 사람들이 핸드폰에 머무는 시간이 약 50% 이상 늘어났습니다.
우리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화면 너머에 있는 천 명의 엔지니어들이 우리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들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구글 맵,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우리가 공짜로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실제로는 공짜가 아닙니다. 우리가 자주 가는 곳, 좋아하는 콘텐츠, 검색 기록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 정보들이 모여 우리의 프로필이 되고, 이는 광고주에게 판매되는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우리의 집중력은 굉장히 비싸고 돈이 되기 때문에, 빅테크 기업들은 우리의 집중력을 가져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온라인 알고리즘은 우리의 집중력을 더욱 교묘하게 탈취합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서 많이 걸리기 위해서는 증오, 살, 혹평, 파괴 같은 단어를 제목에 넣어야 한다고 합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행복한지 분노하는지에 관심이 없고, 어떤 콘텐츠를 추천해야 사용자들이 핸드폰에 더 오래 머물게 되는지에만 집중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긍정적인 콘텐츠보다 부정적인 콘텐츠를 더 유심하게 보는 부정 편향을 가지고 있으며, 알고리즘은 이 경향을 계속 강화하고 심화시킵니다. 그 결과 SNS의 알고리즘은 점점 더 극단적인 방향의 콘텐츠를 추천할 수밖에 없고, 분노가 습관화되면 우리는 점점 더 한쪽으로 치우친 정보를 볼 수밖에 없게 됩니다.

몰입의 조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 이론

스키너의 이론에 정면으로 반박한 학자가 있습니다. 바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입니다. 그는 플로우(몰입)라는 개념으로 잘 알려진 학자입니다. 미하이는 사람이 보상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은 굉장한 보상이 없더라도 그 활동을 계속 사랑하고 하게 되며, 예술가는 그것이 돈이 되지 않더라도 그 활동에 계속 몰입해서 하게 됩니다. 미하이는 인간이 단순히 보상에 흔들리는 존재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보상이 없어도 자기가 사랑하는 활동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어떤 흐름에 올라탔다고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일에 너무 열중해서 그 일에 푹 빠져 자의식이 사라지고, 시간의 관념도 없어지며, 지금 여기 현재만 존재하게 되는 감정 상태를 경험합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깊은 상태의 집중, 몰입입니다. 우리가 도둑맞은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상태를 최대한 자주 경험해야 합니다.
미하이는 몰입에 빠질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는 한 번에 단 한 가지만 하기입니다. 인간이 두 가지 이상에 집중력을 분산시키게 되면 절대 몰입까지의 경지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인간의 뇌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서 핸드폰도 같이 확인해야 한다면 몰입에는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목표가 무조건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하기 싫은 일도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낼 수는 있지만, 나의 능력을 최대치로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자기에게 의미가 있고 흥미가 있는 일을 선택해야만 몰입의 경지까지 갈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적정한 난이도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보다 너무 쉬운 일을 하면 자동 조종 상태가 되어 습관적으로 하던 대로 하게 되고, 나의 능력보다 너무 높은 목표치를 설정하면 쉽게 좌절해서 그 목표에 오래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헬스장에서 스쿼트를 지난번에 30kg 했다면 이번에는 35kg, 40kg 정도를 잡아야지, 갑자기 60kg을 목표로 하면 이것은 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습니다. 직전에 해낸 난이도보다 조금 더 난이도를 높게 설정해야 합니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 세 가지 조건이 완성되었을 때, 즉 한 번에 한 가지의 의미 있는, 나의 능력치와 비슷한 정도 수준의 목표를 세웠을 때 몰입의 상태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영화 『F1』에서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소니 헤이스는 중년이 되어 다시 우승에 도전하면서 코너링을 할 때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경험했다고 표현합니다. 내가 이 차이고 차가 나인 듯한 신기한 상태, 그것이 바로 몰입입니다.

디지털 습관: 정보 과잉과 수면 부족의 악순환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가는 주체는 빅테크만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 자체가 정보량 포화 상태입니다. 100년 전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정보가 인근 지역에 퍼지는 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사람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거나 우편을 보내는 식으로 정보가 퍼져 나갔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야 되는 정보의 양도 그만큼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서 전쟁이 일어나거나 큰일이 일어나면 1초 만에 전 세계로 퍼집니다.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가 엄청 빨라졌고, 우리에게 들어오는 정보의 양도 정말 많아졌습니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는 이것을 소방 호스로 물을 들이켜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정보량이 너무 많아지면 개별 주제에 덜 집중할 수밖에 없고,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빨리 보고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봐야 되고 알아야 될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한 가지 주제, 한 가지 상품에 대해서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짧아졌습니다. 유행이 미친 듯이 빨리 돌고, 어떤 영화나 콘텐츠가 히트를 해도 한 2주가 지나면 그 얘기가 쏙 사라집니다.
책에서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3년에 비해 2016년에는 트위터에서 한 주제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이 17시간에서 11시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지금은 그 시간이 훨씬 더 줄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한 가지 정보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점점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계속 쏟아지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을 때도 속독을 할 수밖에 없는데, 책에 나온 연구에 의하면 속독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읽은 내용을 검사해 보면 천천히 읽은 사람에 비해 이해한 내용이 훨씬 적다고 합니다. 우리는 정보를 빨리 받아들이면서 집중력도 낮아지고 이해력도 같이 낮아지고 있습니다. 속도 때문에 깊이를 희생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문해력의 위기라고 하는데, 이는 너무나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해서 정보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로 넘어가거나, 책이 SNS처럼 나의 프로필에 맞는 정보를 끊임없이 맞춤형으로 추천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재미가 없어서 계속 책을 멀리하게 되고, 나한테 재밌는 것을 추천해 주는 핸드폰에 계속 시선이 머물게 되는 현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문제는 또 정보량의 과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는 잠들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