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평생 수많은 관계를 맺지만, 실제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지속되는 관계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잘 돌아보지 않습니다. 비온 나티코 린드블라드가 17년간의 승려 생활을 통해 깨달은 지혜는 이러한 우리의 맹점을 정확히 짚어냅니다. 그의 책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우리가 무심코 믿어왔던 생각의 오류, 자기 자신과의 화해, 그리고 내면의 지혜를 발견하는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생각의 오류: 나는 내 생각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내 생각은 곧 나"라고 여깁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나를 정의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하지만 린드블라드가 태국 북부 사원에서 명상 훈련을 받으며 발견한 놀라운 사실은, 아무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일지라도 사고 과정은 서커스의 원숭이처럼 제멋대로 오락가락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친구와 마주쳤는데 그 친구가 인사도 없이 지나간다면, 우리의 생각은 순식간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왜 인사를 안 하지? 나한테 섭섭한 일이 있나? 누구한테 나쁜 이야기를 들었나?" 이렇게 생각에 생각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어느새 그 친구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내려버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친구가 시력 문제로 나를 못 알아봤을 수도 있고, 심지어 비슷하게 생긴 다른 사람을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생각은 현실에 대한 해석일 뿐, 현실 그 자체가 아닙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우리는 어떤 현상이나 사실을 보고 내 뇌를 통해 해석한 것을 진실이라고 착각합니다. 생각이 많고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해서 그 생각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생각은 진실에 대한 왜곡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습니다. 린드블라드가 26살에 최연소 임원으로 성공한 삶을 살면서도 불안과 걱정에 시달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는 끊임없이 머릿속 생각들과 싸우며 살았고, 생각의 노예가 되어 있었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생각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라는 책에서 말하듯, "인간 내면의 평화로운 것, 고요하고 차분한 것, 자꾸 떠오르는 갖가지 생각으로 말미암아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진정 소중한 가치입니다. 나 자신에 대한 생각조차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나에 대한 실제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종종 다르기 때문입니다.
자기 화해: 평생 함께할 유일한 관계
린드블라드는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후 환자로서의 경험을 통해 가장 중요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맺는 온갖 관계 중에서 단 하나만이 진정으로 평생 이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과 맺는 관계입니다.
그렇다면 그 관계가 연민과 온정으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요? 사소한 실수는 용서하고 털어버릴 수 있는 관계라면 어떨까요? 자기 자신을 다정하고 온화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단점에 대해 웃어버릴 수 있다면 어떨까요? 린드블라드는 이렇게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곧 세상 전체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사용자의 비평대로, 우리는 주변인들과의 관계에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과의 대화는 하지 않습니다. 나를 잘 모른 채, 그저 내 생각이 나라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나 자신과 진정으로 화해하려면 먼저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생각 너머의 존재, 고요 속에서 발견되는 진정한 나 자신입니다.
주지스님이 말했듯, 모든 인간은 모난 돌멩이에 불과합니다. 파도와 주변 돌멩이들과 부딪치고 비벼지면서 모서리가 닳고 달아 둥글어질 때 반짝이게 됩니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완벽하지 않은 모난 돌멩이지만, 동시에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입니다. 이러한 시각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과 화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화해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로까지 확장됩니다.
내면의 지혜: 순간의 지성을 듣는 법
린드블라드가 말하는 인생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현재 하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기, 진실을 말하기, 서로 돕기, 쉼 없이 떠오르는 생각보다는 침묵을 신뢰하기입니다. 그리고 이성적 지식이 아닌 영감을 통한 지혜를 얻는 것입니다. 그는 이것을 '순간의 지성'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각자의 내면에는 정교하게 연마된 자기만의 조용한 나침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혜는 요란스러운 자아와 달리 은은해서 일부러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린드블라드가 최연소 임원 시절 명상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때가 됐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처럼, 우리도 고요 속에서 진정한 내면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틈을 내어 멈추고 고요를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적의 순간을 찾는 것입니다. 자기 안에 평화를 발견하려면 우리에게 내재한 소중한 능력을 돌보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렇지 못할 때 우리의 관심은 언제나 가장 요란한 소리에 쏠리고, 삶은 막장 드라마가 되어버립니다. 갈등에 끌리고 불안과 불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잔 자야사로 스님이 전한 주문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는 바로 이러한 내면의 지혜로 가는 문입니다. 갈등의 싹이 트려고 할 때, 누군가와 맞서게 될 때, 이 주문을 마음속으로 세 번만 반복하면 근심은 아침 풀밭의 이슬처럼 사라진다고 합니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우리는 생각의 지배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결국 린드블라드가 17년간의 수행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우리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며, 무엇보다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것입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이는 생각이 많고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새겨들어야 할 지혜입니다. 내 생각과 현실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나에 대한 실제와 내가 생각하는 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과 만날 수 있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86) 불안한 사람 필수 시청. 17년 승려 생활의 마지막 깨달음을 녹여낸 에세이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이 교수의 책 / https://youtu.be/tYPZFl1rXsc?si=MdaOuO2E1G_8bsJ2